제목김규식의 연두사  
연월일1947년 01월 01일  
출전조선일보 1947년 01월 04일  
김규식의 연두사
金奎植
“친애하는 동포여러분 새해를 맞이하는 이때에 있어서 나는 오직 깊은 사랑과 지극한 정성으로 동포여러분에게 신년인사를 드리며 아울러 신년의 행복과 강녕을 축도하는 바입니다.
우리 민족은 망국이래 40여년간 오직 완전한 독립과 진정한 해방을 쟁취하기 위하여 투쟁하여 왔고 또 금후에도 계속해서 투쟁할 것입니다. 그런데 금차 대전중에서 미·소·중·영 등 연합국은 카이로와 포츠담회의의 선언을 통하여 한국독립의 구체적 약속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이 분단되어 미소양국 점령하에 군정통치하를 부득이 참고 받는 동시에 이 미소양국 군정의 분할통치하에서도 오늘날에 속히 우리의 손으로 건립하여 남북이 통일된 임시정부가 국제적 승인을 얻어 한 완전자주독립국가의 자격으로 모든 국제회의에 참여하며 안으로 우리 민족의 사활문제를 우리로서 스스로 해결하여 自家의 행복과 안녕질서의 유지와 우리의 특수한 문화를 새로이 발전시켜 세계에 공헌하여 이에 따라 밖으로는 동아평화가 관건으로서 이 평화를 더욱 영구공고화하며, 나아가 전세계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영구보장함에 모든 민주주의국가와 보조를 같이하여 이바지하기를 노력하기 바랍니다. 다시말하면 미소양군의 조선에 대한 분할통치는 실제에 있어서 우리의 국토를 소위 38선으로 분단하였고 정치·경제·문화 각방면에 있어서 우리 민족의 통일적 생활을 여지없이 파괴하였고 우리 민족 내부에 직접 간접으로 반영되는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차단은 더욱 더 심각화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남북에 있어서 친일파, 민족반역분자, 악질모리배 등의 발호는 심하여 민생은 극도의 도탄에 빠지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정세를 이용하는 비애국자의 진영으로서 계획적으로 남한에 있어서 공전의 소요사건을 양출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국제적 급 국내적 정세하에서 과거 1년간 우리 민족내부의 정치운동은 자주적 민족입장을 망각한 편파한 노선을 걸어오게 되었습니다. 즉 일부노선은 국제에 있어서 친소 급 반미의 행동을 취하는 동시에 국내에 있어서 자기네의 독립정권의 수립을 기도하였다고 평하는 이가 있으며 또 일부노선은 국제에 있어서 친미반소의 행동을 취하는 동시에 국내에 있어서 일부 독점정권의 수립을 몽상한다고 비판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훈련과 각성이 부족한 우리 민중은 이들 편파한 지도하에서 서로 편을 가르고 민족상잔의 투쟁을 계속하여 왔습니다. 이 두 노선은 그 주관적 의도 여하를 막론하고 우리 민족의 자주적 입장을 망각한 것이며 민족적 통일단결을 파괴하는 것이며 좌우양익의 협조에 의한 민주주의 임시정부의 수립을 저지하는 것이며 미소양국의 조선문제에 관한 진정한 협조를 방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편파한 노선이 있다면 이를 철저히 청산하는 데서 비로소 민족적 자주독립을 목표로 한 민주단결노선을 확립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애하는 동포여러분 과거 1년간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은 너무 험난 비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여명 전의 암흑과 같이 일시적 고난에 불과한 것이기를 바랍니다. 우리 민족의 전도는 광명합니다. 우리는 과거 1년간 쓰라린 경험에 의하여 그릇된 노선의 지도를 청산하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광명한 전도를 전망하면서 가장 옳은 노선을 확립하였습니다. 이것이 즉 합작7원칙의 노선입니다.
합작칠원칙의 노선은 첫째, 국제에 있어서 친소·친미·친중·친영의 평행적 정책을 수립합니다. 둘째, 국내에 있어서 친일파 민족반역자 등을 제외하고 좌우 양익의 진정한 애국자를 총망라한 각 계급연합정권을 건립하는 데 이바지하려 합니다. 셋째, 미소공동위원회의 속개와 및 그의 협조에 의하여 전국적 통일적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데 이바지하고 합니다. 그리고 전국적 통일적 임시정부가 수립되기 전에 爲先 남한에 있어서 입법기관을 통하여 미군정으로부터 행정과 사법권의 이양을 받아 좌우양익의 진정한 애국자로 하여금 정권을 행사하게 하는 동시에 친일잔재 등을 정부 각 기관으로부터 철저히 숙청하며 도탄에 빠진 민생문제를 해결하여 토지문제의 개혁과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언론·집회·출판·결사·사상 급 신앙 등등의 자유 등을 확실히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오직 이렇게 하는 데서만이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을 조일 쟁취할 수 있고 미소양국의 조선에 대한 정책이 순조로 진행될 수 있고 우리의 통일적 임시정부가 속히 실현될 수 있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속히 구할 수 있으며 특히 민중과 민주주의적 활동이 활발히 진전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합작7원칙의 노선은 우리 민족의 진정한 의사와 요구를 대표한 것이므로 반드시 민중의 지지와 옹호를 받을 것이며 편파한 일부 노선은 필경 민중의 무자비한 비판에서 스스로 청산될 것입니다.
금일 우익이 좌익을 배척하거나 좌익이 우익을 공격하는 것은 일종 변태적 행동이며 독립을 지연시키는 민족적 범죄행위가 될 것입니다.
나는 몸이 비록 우익에 속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좌익동지들과 합작할 필요를 느낄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합작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나는 오직 이러한 신념을 가지고 좌우합작위원회에 임하였으며 또 남북통일의 임시정부수립이 실현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만 우리 민족 각층 각계의 강고한 민주단결이 형성되는 날 우리의 완전한 독립과 진정한 해방이 도래할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신년의 새로운 결심과 용기로써 다 같이 분투하기를 바랍니다.”
檀紀 4280년 元旦

조선일보 1947년 01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