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학분야

북한연구에서 가장 연구성과가 많이 나온 분야가 정치학분야이다. 이는 그동안 북한연구가 주로 정치학자들에 의해서 수행되어 왔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탈냉전기에 들어서서 북한연구분야의 확장이 진행되었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추세는 지속되었다.
그러면 먼저 인물연구부터 살펴보자. 1980년대 이후 북한연구에서 인물연구는 주로 김일성연구와 김정일연구로 집중되었다. 아마 그것은 연구의 중요성과 자료획득의 용이성에 따라서 형성된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김정일 관련연구는 엄밀히 말해서 아직 연구사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만한 성과가 제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김일성연구도 양적으로는 꽤 많이 제출되었으나, 연구사적으로 의미를 갖는 성과는 매우 적다. 1989년에 간행된 서대숙의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과 양성철의 『분단의 정치-박정희와 김일성의 비교연구-』, 1995년에 나온 이종석의 김일성연구EF!EF! 이종석, 『현대북한의 이해:사상·체제·지도자』(역사비평사, 1995), pp.181~259.닫기가 그 범주에 들 정도다.
1980년대 이후 인물연구에서 연구사에 기록될 만한 성과는 김일성의 정체와 관련한 논쟁이었다. 이 논쟁은 기존 북한학계의 통설이었던 ‘가짜 김일성론’을 서대숙, 이종석 등이 부정하면서 1980년대 말에 가열되었다. 서대숙의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이 국내에 소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학계는 ‘북한의 김일성이 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전설적인 영웅 김일성장군의 이름을 도용한 해방 직후 소련에서 들어온 가짜’라는 것이 통설이었다. 이러한 통설은 학문적으로 이명영과 그 아류인 허동찬의 김일성연구서들로 뒷받침되었다.EF!EF! 이명영, 『김일성 열전』·『재만한인 공산주의 운동 연구』·『권력의 역사』;허동찬, 『김일성평전:허구와 실상』(북한연구소, 1987)·『김일성평전』 續(북한연구소, 1988).닫기
그러나 가짜 김일성론은 김일성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하와이대학의 서대숙교수가 그의 새로운 저서에서 ‘가짜 김일성론’을 부정하며 그의 항일무장투쟁을 인정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당시 ‘가짜 김일성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서대숙교수를 맹렬하게 공격하며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경력을 부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종석은 1989년에 ‘가짜 김일성론’의 문제점과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경력을 입증하는 논문을 발표EF!EF! 이종석, 「김일성연구의 쟁점(상)」(『사회와 사상』 1989년 12월)·『현대북한의 이해:사상·체제·지도자』(역사비평사, 1995).닫기하여 학문적 차원에서의 ‘가짜 김일성 시비’를 일단락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인물연구의 상대적 빈곤과는 대조적으로 사상분야에서는 비교적 풍성한 업적들이 제출되었다. 먼저 송두율은 1990년대에 들어서서 주체사상에 대한 해박한 연구를 통해서 그 의미와 비교사상적 지평을 넓혔다.EF!EF! 송두율, 「주체사상에 있어서 혁명과 역사」(『북한의 정치이념 주체사상』,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1990)·『역사는 끝났는가』(당대, 1995)의 제4부.닫기 특히 그는 주체사상을 철학적으로 세계 사상사적 흐름속에서 자리매김시키고자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의 주체사상연구는 탁월한 해석과 통찰력에도 불구하고 ‘비판’ 부분이 희석됨으로써 공정성 문제를 안게 되었다.
한편 김연각은 ‘주체사상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화두로 ‘사상적 관점’에서 주체사상의 내용을 정밀분석한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하여EF!EF! 김연각, 『김일성주체사상에 관한 연구:그 민족주의적 성격에 대한 비판적 분석』(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박사학위논문, 1992).닫기 이 방면의 연구를 진일보시켰다. 그의 논문은 기존 연구들이 주로 주체사상의 기능이나 지도부의 의도, 혹은 맑스·레닌주의와의 관계에만 주목함으로써 부분적 연구에 그치는 데 대한 반성적 대안에서 출발하였다. 특히 그는 주체사상과 민족주의 관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주체사상을 脫맑스주의화한 ‘권위주의적 민족주의’ 특성을 지닌 사상으로 규정하였다.
주체사상의 이론적, 역사적 구조와 지배담론으로의 변질과정, 그 사회적 기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이종석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이종석은 1993년에 주체사상과 유일지도체계에 대한 정밀분석을 시도한 박사학위논문을 발표하였다.EF!EF! 이종석, 『조선노동당의 지도사상과 구조 변화에 관한 연구』(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논문, 1993).닫기 그는 이 논문에서 주체사상이 이론, 역사부문에서 이원적 구조를 지녔음을 밝혀내고, 이 사상이 유일체제의 지배담론으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규명하였다. 또한 이종석은 그의 박사학위논문에서 조선노동당의 기본구조를 이루는 유일지도체계의 이론과 역사적 형성과정을 체계적으로 밝혀냈다. 그는 이상의 연구성과와 그 이후 내놓은 연구물들을 정리하여 1995년에 『조선로동당연구』EF!EF! 이종석, 『조선노동당연구:지도사상과 구조 변화를 중심으로』(역사비평사, 1995).닫기와 『현대북한의 이해』를 펴냈다.
한편 최성은 북한 유일체제를 수령체계로 규정하고 그 작동메카니즘을 분석한 박사학위논문을 1994년에 제출하였다.EF!EF! 최 성, 『수령체계의 형성과정과 구조적 작동메카니즘에 관한 연구』(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논문, 1994).닫기 그는 1997년에 박사학위논문과 그동안의 연구성과들을 묶어 『북한학개론』·『북한정치사』라는 두 권의 책을 펴냈다.EF!EF! 최 성, 『북한학개론』(풀빛, 1997)·『북한정치사』(풀빛, 1997).닫기 한편 권오윤은 1995년에 해방후 1990년대에 이르는 전시기에 걸쳐서 북한의 동원체제가 변화해온 양상과 특징을 분석한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하였다.EF!EF! 권오윤, 『북한 동원체제의 변화에 관한 연구』(동국대학교 정치학과 박사학위논문, 1995).닫기
북한의 정치문화와 관련해서는 1992년에 발표된 김영수의 연구성과가 돋보인다.EF!EF! 김영수, 『북한의 정치문화:「주체문화」와 전통정치문화』(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논문, 1992).닫기 북한의 정치문화속에서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규명하고자 시도한 그는 북한지도부가 자기체제의 정통성 확립을 위해서 새로운 정치문화인 「주체문화」를 형성해 가는 과정속에서 전통문화가 어떠한 지속과 변동의 양태를 보이는지를 추적하였다.
한편 북한외교분야의 경우 초기 연구로는 1991년에 제출된 허문영의 박사학위논문을 들수 있다.EF!EF! 허문영, 『1980년대 북한의 대중·소정책 및 대남정책 연구-중·소 개혁·개방화정책의 영향을 중심으로-』(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논문, 1991).닫기 그는 이 논문에서 1980년대 중국과 소련의 개혁·개방정책이 북한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북한의 대외정책 및 대남정책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북한외교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업적은 1996년 김용호에 의해서 제출되었다.EF!EF! 김용호, 『현대북한외교론』(오름, 1996).닫기 그는 미국에서 제출한 자신의 박사학위논문을 일부 수정하고 그 뒤에 쓰여진 일부 논문을 함께 묶어서 이 책을 펴냈다. 그는 북한외교를 ‘주어진 환경을 나름대로의 합리적 기준에 의해서 인식하고, 나름대로의 합리적 정책결정을 통해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국제관계의 한 성원’이라는 관점속에서 1978부터 1994년까지의 그 전개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하였다. 국제관계이론에서 논의되는 분석레벨들의 적용시도나 공산권연구의 기초인 크렘리놀러지(Kremlinology)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이 책의 또 다른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탈냉전기 북한외교를 분석한 박재규의 『북한의 신외교와 생존 전략』도 1990년대 북한외교연구의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김정일정권하 북한의 대외정책이 1990년대 이후 생존을 위해서 변화하고 있음을 규명하고 그것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고 있다.
정치경제분야의 경우 독일에서 유학한 박형중의 『북한적 현상의 연구』가 돋보인다.EF!EF! 박형중, 『북한적 현상의 연구』(연구사, 1994).닫기 소련 및 동구사회주의의 경험을 비교사회주의적 맥락에서 북한에 적용하고자 한 이 책에서 박형중은 ‘북한적 현상’을 저발전사회주의국가들의 건설과정에 나타났던 ‘범사회주의적 현상’이라고 주장하였다.
정치경제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는 김연철에 의해서 1996년에 제출되었다.EF!EF! 김연철, 『북한의 산업화 과정과 공장관리의 정치(1953~1970):‘수령제’ 정치체제의 사회경제적 기원』(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논문, 1996).닫기 그는 북한식 정치체제의 특징인 ‘수령을 중심으로 한 인격적인 관계’들을 경제영역으로부터 도출하고자 시도하였다. 즉 북한식 정치체제의 형성을 북한이 추진했던 산업화의 결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이 문제를 경제영역 중에서도 공장관리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제반 실패와 연결시켜 보고 있다. 그의 주장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검토가 요구된다. 그러나 그와 관계없이 그의 논문은 북한정치 현상의 원인을 구체적인 경제적 현상에서 찾고, 그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하려고 시도한 최초의 체계적인 연구성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註 EF!
이종석, 『현대북한의 이해:사상·체제·지도자』(역사비평사, 1995), pp.181~259.
註 EF!
이명영, 『김일성 열전』·『재만한인 공산주의 운동 연구』·『권력의 역사』;허동찬, 『김일성평전:허구와 실상』(북한연구소, 1987)·『김일성평전』 續(북한연구소, 1988).
註 EF!
이종석, 「김일성연구의 쟁점(상)」(『사회와 사상』 1989년 12월)·『현대북한의 이해:사상·체제·지도자』(역사비평사, 1995).
註 EF!
송두율, 「주체사상에 있어서 혁명과 역사」(『북한의 정치이념 주체사상』,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1990)·『역사는 끝났는가』(당대, 1995)의 제4부.
註 EF!
김연각, 『김일성주체사상에 관한 연구:그 민족주의적 성격에 대한 비판적 분석』(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박사학위논문, 1992).
註 EF!
이종석, 『조선노동당의 지도사상과 구조 변화에 관한 연구』(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논문, 1993).
註 EF!
이종석, 『조선노동당연구:지도사상과 구조 변화를 중심으로』(역사비평사, 1995).
註 EF!
최 성, 『수령체계의 형성과정과 구조적 작동메카니즘에 관한 연구』(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논문, 1994).
註 EF!
최 성, 『북한학개론』(풀빛, 1997)·『북한정치사』(풀빛, 1997).
註 EF!
권오윤, 『북한 동원체제의 변화에 관한 연구』(동국대학교 정치학과 박사학위논문, 1995).
註 EF!
김영수, 『북한의 정치문화:「주체문화」와 전통정치문화』(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논문, 1992).
註 EF!
허문영, 『1980년대 북한의 대중·소정책 및 대남정책 연구-중·소 개혁·개방화정책의 영향을 중심으로-』(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논문, 1991).
註 EF!
김용호, 『현대북한외교론』(오름, 1996).
註 EF!
박형중, 『북한적 현상의 연구』(연구사, 1994).
註 EF!
김연철, 『북한의 산업화 과정과 공장관리의 정치(1953~1970):‘수령제’ 정치체제의 사회경제적 기원』(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논문, 1996).

※ 본서의 내용은 각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