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23) 한국광복운동단체 연합선언  

23) 한국광복운동단체 연합선언

 우리는 한국의 모든 혁명단체와 연합하여 광복전선의 통일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국가와 민족의 독립자유 완성을 서약하는 바이다.

 경술년 나라가 멸망한 이후 3천만 우리민족이 이민족의 압제 아래 우마와 같은 비참한 생활을 영위한지 어언 28년이 지났다. 그간 광대한 일반대중과 여러 당파의 동지, 지사, 선열들이 조국광복을 위해 간단없이 처절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적 일본제국주의자들은 무력을 앞세워 우리의 광복운동을 철저히 탄압하였다. 적의 잔혹한 탄압과 착취에 수많은 동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압박을 피해 고향을 등진 우리의 부모형제들은 이역에서 비참한 유랑생활을 영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동포들은 민족정신과 용기를 잃지 않고 이를 악물고 적들과 용맹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적을 향한 우리의 투쟁은 단 하루도 그친 적이 없었지만, 여전히 조국광복의 대업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여러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우리는 그간 정신력과 물력을 집중시키는데 실패하였다. 또한 대적투쟁의 전략과 전술 역시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으며, 성숙된 혁명이론도 갖지 못하였다. 이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 민족주의에 입각한 우리의 정당한 투쟁이 반민족, 반혁명세력에 의해 좌절되고 회색분자들의 방해로 인하여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데 실패하였다.

 셋째,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간 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웠으나 적들의 압박과 간계로 인하여 어느 하나도 제대로 실현시키지 못하였다. 국내외의 연락과 연계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적들의 간사한 술책을 파괴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현실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실망하지 않고 과거 실천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노력하고 역량을 집중시켜 나갈 것이다. 모든 혁명단체를 연합시켜 단일조직으로 재탄생시키려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혁명단체의 연합이야말로 살길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이며, 이를 통해서만 혁명운동이 강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혁명운동 단체의 연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우리는 즉각 아래와 같은 공작을 추진할 것이다.

 一. 강력한 광복전선을 건립하고 조직의 확대를 꾀한다.

 광복전선의 통일과 강화를 위한 연합체는 반드시 동일한 주의를 가진 각 단체로 구성되어야 하며, 각 방면의 정예인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연합체는 당면한 모든 실제공작의 집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연합체는 민족전선에 위해를 가하려는 모든 반동세력 및 민족운동 단체를 가장한 반혁명세력 혹은 개인을 엄격히 배제하여 진정한 민족적 연합체로서 광복운동의 영도적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二. 완전한 합작을 통해 일체의 중요한 당면공작을 실행한다.

 진정한 통일은 형식에 있지 않고 실질에 있다. 그간 우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혁명진영의 진정한 통일을 부르짖었지만 매번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우리의 노력이 실패로 끝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통일운동이 근본을 무시하고 실질 보다는 허명에 치중하여 온갖 잡색분자가 통일운동을 방해할 기회를 제공한 때문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주의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각 당파가 진정으로 협력하고 합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우의를 다지고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의 통일사업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떤 양보와 희생도 감내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당파가 협력하고 함께 노력하여 새로운 국면의 창출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하는 바이다.

 三. 임시정부를 옹호하고 지지한다.

 임시정부는 삼천만 민족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영도기관으로 3 · 1운동의 정맥을 이은 기구이다. 임시정부의 오늘은 수많은 선열지사의 유업의 결과이며, 임시정부는 전 민족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이다. 따라서 임시정부에 대한 지지와 옹호는 민족운동의 당연하고도 위대한 임무인 것이다. 혁명과정에서 우리는 반드시 임시정부의 존엄성과 존재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여야 한다. 임시정부는 적국과 대립하고 있는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최고기관이며, 민족과 국가의 독립정신을 대표하는 기구이자 정법 실행의 중대한 사명을 지닌 기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또한 민족전선의 핵심은 당연히 당을 중심으로 확립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민족혁명의 진행과정에서 당의 기능은 반드시 각종 부문과 단체의 활동을 통해 발휘되어야 하며, 정부는 직접 국민을 영도하는 전체성을 지녀야 한다.

 3 · 1운동 이래 우리 정부가 민족과 국가를 위해 수많은 공헌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전체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의 민족운동 또한 당연히 이를 전제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임시정부의 전체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향후 민족운동의 전개과정에서도 당과 정부는 표리일체가 되어야지 상호 불신과 배척의 현상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장래 출현할 유일대당은 정부의 머리가 되어야 할 것이며, 정부는 유일대당의 신체가 되어야 한다. 머리와 신체가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움직일 때 민활하고 강건한 체계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광복운동의 구체화, 충실화를 꾀하기 위해 임시정부에 협력하고 옹호해야 하며 임시정부의 기치 아래서 국민총동원을 실행하여야 한다.

 그간 정부의 공과업적에 대해 왕왕 기관과 개인을 물론하고 자기중심적인 기준에서 사실과 다른 판단과 억측을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부의 공과를 분명히 판단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보완해 나가는 것 또한 우리의 당면한 과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몰락의 길목에 들어선 적들은 지금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최후의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적들은 우리의 혁명당원은 물론이고 일반민중에게까지 극도의 압박과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우리의 우방에 대한 적극적인 진공으로 적들은 영국 · 소련 · 미국 등 수많은 나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상의 종종은 모두 적들의 자살행위와 다름 아닌 것이다. 적들은 이미 국제적으로 고립되었을 뿐 아니라 전 인류의 공적이 되었다.

 적들의 내부사정은 또 어떠한가? 경제적 파탄으로 인하여 인심이 동요하고 정치는 문란하여 당파 간의 각축과 이전투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구군벌, 좌우파간의 대립과 투쟁은 갈수록 격화되어 가고 있으며, 각계각층에 잠재된 혁명세력의 활동은 조만간 적국을 뿌리 채 흔드는 거대한 물결로 변할 추세에 있다.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적 일본의 운명은 경각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후의 승리를 목전에 둔 우리는 광명으로 가득한 내일을 앞당기기 위해 더욱 의지를 다져 영웅적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각계 동포들의 분투와 호응이 한데 모여 위대한 힘을 발휘할 것이며, 모든 동지들은 조국광복을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대한민국 19(1937)년 8월 일

미주대한인국민회

하와이대한인국민회

동 대한인단합회

동 대한부인구제회

동 동지회

동 한인애국단

원동조선혁명당

동 한국국민당

동 한국독립당

▪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편, 『한국독립운동사자료집, 조소앙편 4』, 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