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32)〕 여름 4월에 왕자 호동(好童)이 옥저(沃沮)에 놀러 갔을 때 낙랑왕(樂浪王) 최리(崔理)가 나왔다가 그를 보고서 물어 말하기를, “그대의 낯빛을 보니 예사 사람이 아니오. 어찌 북국(北國) 신왕(神王)의 아들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였다. 〔최리가〕 마침내 함께 돌아와 딸을 아내로 삼게 하였다. 후에 호동이 나라로 돌아와 몰래 사람을 보내 최씨의 딸에게 알려 말하기를, “만일 〔그대〕 나라의 무기고에 들어가 북을 찢고 나팔을 부수면, 내가 예로써 맞이할 것이요, 그렇지 않는다면 〔맞이하지〕 않을 것이오.”라고 하였다. 이에 앞서 낙랑에는 북과 나팔이 있어서 만약 적병이 있으면 저절로 소리가 났다. 그런 까닭에 이를 부수게 한 것이다. 이에 최씨의 딸이 예리한 칼을 가지고 몰래 창고 안에 들어가 북의 면(面)과 나팔의 주둥이를 쪼개고 호동에게 알렸다. 호동은 왕에게 권하여 낙랑을 습격하였다. 최리는 북과 나팔이 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대비하지 못하였다. 우리 병사가 엄습하여 성 아래에 다다른 연후에야 북과 나팔이 모두 부서진 것을 알았다. 마침내 딸을 죽이고 나와 항복하였다. 혹은 말하기를, “낙랑을 멸망시키고자 마침내 혼인을 청하여 그 딸을 맞이하여 아들의 처로 삼고, 후에 본국으로 돌아가 병장기를 파괴하게 하였다.”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