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구수왕(近仇首王) 이름[諱]을 수(須)라고도 한다은 근초고왕(近肖古王)의 아들이다. 이에 앞서 고구려의 국강왕(國岡王)사유(斯由)가 몸소 쳐들어오니 근초고왕이 태자를 보내 막았다.
〔태자가〕 반걸양(半乞壤)에 이르러 싸우려 하였다. 〔이때〕 고구려 사람 사기(斯紀)는 본래 백제 사람으로서 왕이 타는 말의 발굽을 상하게 하는 잘못을 저지르고서 죄를 받을까 두려워해 저쪽으로 달아났다가 이때 돌아와 태자에게 아뢰기를, “저쪽 군사는 비록 많긴 하지만 모두 숫자를 채운 거짓 군사일 뿐입니다. 날래고 용감한 것은 오직 붉은 깃발뿐이니 제일 먼저 이들을 깨뜨리면 그 나머지는 공격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무너질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태자가 그 말을 좇아 나아가 공격하니 크게 이겼다.
달아나는 자를 뒤쫓아 수곡성(水谷城) 서북쪽에까지 이르니 장군 막고해(莫古解)가 간하여 말하기를, “일찍이 듣건대 도가(道家)의 말에 ‘만족할 줄 알면 욕을 당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얻은 바가 많은데 어찌하여 꼭 많은 것을 구하십니까?”라고 하였다. 태자가 옳다고 여겨 멈추었다. 이에 돌을 쌓아 표시하고 그 위에 올라 좌우를 둘러보며 말하기를, “오늘 이후로 누가 다시 이곳에 이를 수 있을까?”라고 하였다. 그곳에 바위가 있는데, 갈라진 틈이 마치 말발굽 같아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태자의 말 발자국이라고 부른다. 근초고왕이 재위 30년(375)에 돌아가시자 왕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