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명삼천리 제10권 제5호  
발행일1938년 05월 01일  
기사제목「보헤미앙」의 哀愁의 港口, 一茶房 보헤미앙의 手記  
필자李軒求  
기사형태문예기타  
「보헤미앙」의 哀愁의 港口, 一茶房 보헤미앙의 手記
李軒求
현대인의 다방 취미는 담배 하나 피우기 위한 휴게소로 또는 親友나 혹은 용건 있은 사람을 잠시 기달리는 대합실 정도로 이용되는 바 공리적 일면이 있은 이런 분들께는 조흔 홍차나 珈琲나 또는 조흔 레코-드가 그대지 필요하지 아니하다. 다방의 세속화라고나 할까? 이런 종류의 다방은 서울로 치면 明菓나 금강산에서 종로의 올림피아 亞細亞가 이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다방의 존재 또는 다방의 의의로 본다면 이러한 순전한 세속적 공리성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일으는 바 다방 취미 다방 풍류란 일종 현대인의 향락적 사교 장소라는 대 공통 존재 이유가 있은 것이니 가령 한 親友(또는 2-3인)와 더부러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아니하고 문학, 예술, 세상의 기이한 사실, 더 나아가 인생을 이약이하기 위하야 이러한 곳을 선택하는 바 고급된 다방 애용가도<247> 있을 것이요, 사랑하는 한 이성과 淸談하며 애정의 분위기에 잠기랴는 세상의 만흔 로맨티스트들도 있은 것이요, 최근과 같이 레코-드와 영화에 대한 열이 극도로 膨溢한 세대에 있서서는 레코-드를 듯기 위하야 또는 영화의 세계를 차자 이 다방을 일종의 공동 아지트로 해서 기분조케 悠暢하게 모혀들기도 한다.
여기 京城 시내에 산재해 있는 다방 분포도를 하나 그려보자. 그리고 이 분포도 우에 배치된 지리적 방위와 그 다방 다방이 가지는 바 독자적인 다방의 개성과 공통성을 염두에 상기하라. 지역적으로 보아 明治町 一區가 京城 다방의 총 本營인 감이 있다. 이르는 바 서울의 다방 區다. 이 중에서 다방 탐방객이 어느 집 입구를 드러서면 거기에는 공통된 다방 분위기, -일종의 다방 체취 -를 감촉하리라, 南洋의 열대 식물이 있고 베-토-벤의 死顔型과 2-3인의 다방 娘 또는 다방 兒와 가급적 좁은 지면을 공리적으로 이용하야 벌려진 테-불과 의자, 소란한 레코-드, 예저기 널려저 있은 그 날 그 날의 신문과 헐어진 그 달 그 달의 취미 잡지 영화 잡지, 커-틘, 멧 개의 화폭, 彫像, 탁상 전등 등 그리고 자욱한 담배 연기와 멫 개의 독립된 대사의 교착, 창백한 인텔리급의 청년 남녀의 분산된 진영 등.
그러나 이 공통된 분위기 속에 반영된 世相이란 또 그들의 이 순간적 향락 심리란 계절을 따라 외부 根界의 이변에 따라 지극히 완만하게 때로는 발작적으로 변모되여 간다. 그리하야 자아의 적은 畵相만을 안고 단이는 다방객의 멸렬된 세계에도 하나의 공통된 심적 현상을 환기할 수 있으니, 가령 겨을에서 갑작이 多陽한 봄 해볓의 총애를 바든 그들이라면 그들은 일제히 경쾌한 보조와 명랑한 미소의 얼골로 습관적인 그 거름이 어느 다방 한 집을 차저들어 가벼운 멜로듸에 땐스의 한 스템을 사랑할 것도 갓다. 이 신경적 外界의 감촉이 인제 멀지 아니하야 우리에게도 일으를 듯 싶다. 명명하야 「春三月 茶房 情調」란 제목이 나에게 제시된 것도 이러한 곳에 연유한 것이리라. 외투가 무거워지고 스프링 코-트가 생각나는 때, 오히려 처녀들은 일색의 외투나, 두루막이 속에 간직햇든 선명한 색채와 단아한 麗裝을 거리에 해방하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水仙은 시들어 늙엇고 커피는 너무나 둔탁한 듯, 향기로운 홍차의 부드러운 김이 우슴 띈 그들의 얼골과 더부러 하나의 明朗譜를 짜낸다. 말소리가 가볍고 몸의 율동이 생생하고<248> 탄력성이 있어 봄의 향욕과 꿈과 희망을 품은 힌 구름이 그들의 香烟과 같이 한 공간 속에 가득 차진다. 어듸서 카나리아의 봄 하늘을 그리는 노래도 있을 듯, 창을 열면 「아코-듸온」의 애수품은 보헤미앙의 한 顫律이 들릴 것도 같으나 불행히 여기는 파리의 뒷골목이 아님애 이런 살 속에 숨어드는 예술적 향취를 차졸 바이 없다.
봄이 되면 明治町 茶房區는 너무나 陰散한 맛이 잇다. 봄으로 더부러 것는 사람의 발거름을 멈추기에는 해방된 태양의 慈愛를 빌어야 할 것이 아닐까? 오히려 겨울이면 치워서 그 넓은 길을 피하기까지 하는 長谷川町의 다방이 훨신 친밀성을 느끼리라. 서울의 다방다운 다방의 새 紀元을 지어준 樂浪이 여기 잇고, 그 다음으로 7년의 역사를 가진 플라타-느는 서울서도 가장 친밀하고 가정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새로 생기는 「羅旬區」도 이 새봄을 기달려 南窓을 열 것이요, 미모자는 훨신 규모가 째여서 明朗보다도 安逸의 순간을 提與한다. 음악을 찾는 이는 엘리자로 더 멀리 돌체의 탐탁한 적은 문을 뚜들리기도 하리라. 이 봄을 장식할 고흔 멜로듸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본**를 조아하는 이의 말거름은 아직도 明菓나 금강산을 바리지 아니 할 것이나, 美鈴의 일층을 잠시 태양과 친할 포근한 멧 개의 자리를 갖추어 잇고, 프린스는 봄밤의 그림자를 가득히 품어 잇다. 혼자 無悠히 썬니의 이층에 올으면 검은 비로-드의 南壁이 정다운 손낄을 기달리고 다이아나 聖林의 아메리카적 기분을 조와하야 *을 멈추는 단골 손님도 잇으나, 노아노아의 흰圓 主槨을 거처 넓은 백색 공간, 더높이 한 층계를 올을 수도 잇다. 그러나 白龍은 언제나 華麗가 輕虛에 흐르지 안은 매혹으로 넉넉히 시간을 저바리고 안저 잇을 수 잇으며, 더욱 페치카의 정취는 겨울보다도 봄밤의 온기를 전하기에 더 정다웁지 안을까?
치위가 물너가고 조바위 대신 여호 목도리의 濫溢이 차차 퇴치되여 가는 때 종로 네거리 앞을 밀리는 발거름도 자리가 잡혀진다. 전차를 기달리는 동안 또 거리를 휘돌아 단이는 이들은 예저기서 知己 親友에게 손을 내밀어 亞細亞와 올림피아로 잠시 쉬이러 드러간다. 永保 밀림안엔 떠드는 소리가 높아지고 뉴-홈은 아직도 단조한 중에 편히 쉬 일자리를 작만해 있으리라. 종로와 安洞 네거리 중간에 걸처있든 銀鈴이 그 소리를 감춘 후 서대문에 채 못미처<249> 紫煙莊은 빌리야-드를 즐기는 손님을 부르며 봄을 기대리고 잇다.
그러나 대학 전문교를 모와 노흔 東小門 부근의 하나의 다방도 없다는 것은 너무나 索漠하다. 파리의 「카르티에, 라탱」(羅甸區)은 될 수 없다고 하더래도 생활과 더부러 안식의 포근한 한 자리가 이 봄을 기대려 열릴 수도 잇을 법 하건만 이곳은 健實 때문에 단조를 참을지언정 생의 향기를 위하야 한 잔의 커피를 사랑하는 등의 부박성을 輕蔑하는 법도의 세계인 까닭인가?
봄! 그러나 봄은 더 큰 곳 더 넓은 곳에 잇다. 다방의 좁은 공간에서 봄의 정조, 풍류를 찾는 도회인의 그 좁은 心窓을 열어 자연의 포옹, 자연의 위대, 자연의 慈愛에 접하게 하라, 한 잔의 홍차 대신 대기의 英靈을 삼키는 해방된 인간! 대지 우에 서서 손을 높이 처들어 하늘의 신비를 부르는 그 순간, 그 공포, 그 法悅!
하나의 보헤미앙은 이런 환상을 품어본다.
그러나 권태와 피로에 지친 몸을 오늘도 어느 다방의 한 구석에서 커피를 마시고 잇다.
커피! 인생! 도회! 봄! 이 무슨 業寃인가?<250>
<247-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