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제건이 부친을 찾아가다가 서해용왕을 구해주다
작제건(作帝建)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용력이 신(神)과 같았다. 나이 대여섯 살에 어머니에게 묻기를, ‘나의 아버지는 누구신가요?’라고 하였는데 답하기를 ‘중국 사람[唐父]이다.’라고만 하였으니, 이는 이름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육예(六藝)에 두루 뛰어났는데 글씨와 활쏘기가 더욱 빼어났다. 나이 16세 때 어머니가 〈그에게〉 아버지가 남기고 간 활과 화살을 주자 작제건이 크게 기뻐하였는데 쏘기만 하면 백발백중이므로 세상 사람들이 그를 신궁(神弓)이라 불렀다. 이에 아버지를 뵙고자 하여 상선(商船)에 의탁하여 가다가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니 구름과 안개로 사방이 어둑해져서 배가 3일 동안이나 나아가지 못하였다. 배 안에서 사람들이 점을 쳐보고 말하기를, ‘마땅히 고려(高麗) 사람이 없어져야 한다.’라고 하여【민지(閔漬)의 『편년강목(編年綱目)』에서 혹 말하기를, “신라(新羅)의 김양정(金良貞)이 사명(使命)을 받들고 당(唐)에 들어갈 때 이로 인하여 〈작제건이〉 그 배를 빌려 탔는데, 김양정의 꿈에 흰 머리의 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고려 사람을 남겨놓고 가면 순풍을 얻으리라.’고 하였다.”고 하였다.】 작제건이 활과 화살을 쥐고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졌는데, 아래에 바윗돌이 있어 그 위에 서니 안개가 개이고 바람이 빨라 배가 나는 듯이 나아갔다.
잠시 후에 어떤 노인이 나타나 절을 하며 말하기를, ‘나는 서해(西海)의 용왕(龍王)이오. 늘 해질녘이 되면 어떤 늙은 여우가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의 모습이 되어 하늘로부터 내려오는데, 구름과 안개 사이에 해 ‧ 달 ‧ 별들을 벌여놓고는 나각(螺角)를 불고 북을 치며 음악을 연주하며 와서는 이 바위에 앉아 『옹종경(臃腫經)』을 읽어대니 내 머리가 매우 아프오. 듣건대 그대는 활을 잘 쏜다고 하니 나의 괴로움을 없애주기 바라오.’라고 하니 작제건이 허락하였다.
【민지(閔漬)의 『편년강목(編年綱目)』에서는 혹 말하기를, “작제건이 바위 근처에서 한 갈래 길을 보고 그 길을 따라 1리 남짓을 가니 또 한 개의 바위가 있는데 바위 위에 다시 한 채의 전각이 있었다. 문이 활짝 열렸고 안에 금자(金字)로 사경(寫經)하는 곳이 있어 나아가서 보니 붓으로 쓴 점획(點劃)이 아직도 촉촉하였다. 사방을 돌아보아도 사람이 없는지라 작제건이 그 자리에 앉아 붓을 잡고 불경을 베끼노라니 어떤 여인이 홀연히 와서 앞에 섰다. 작제건이 관음보살(觀音菩薩)의 현신이라 여기고 놀라 일어나 자리에서 내려와 바야흐로 절하려 하였으나 〈여인은〉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다시 자리에 앉아 불경을 오랫동안 베끼고 있으려니 그 여인이 다시 나타나 말하기를, ‘나는 용녀(龍女)로서 여러 해 동안 불경(佛經)을 베꼈으나 아직도 다 쓰지 못하였습니다. 다행히 그대는 글씨도 잘 쓰시고 또 활도 잘 쏘시니 그대가 머물면서 제 공덕(功德) 닦는 일을 도와주셨으면 하고 또 우리 집안의 어려움을 없애 주셨으면 합니다. 그 어려움은 7일을 기다리면 아시게 될 것입니다.’라 하였다.”라고 하였다.】
때가 되자 공중에서 풍악 소리가 들리더니 과연 서북쪽에서 오는 자가 있었다. 작제건이 진짜 부처가 아닌가 의심하여 감히 활을 쏘지 못하자 노인이 다시 와서 말하기를, ‘바로 그 늙은 여우이니 바라건대 다시는 의심하지 마시오.’라고 하였다. 작제건이 활을 잡고 화살을 잡아두었다가 맞추어 쏘니 활시위만 당기면 떨어지는데 과연 늙은 여우였다.
잠시 후에 어떤 노인이 나타나 절을 하며 말하기를, ‘나는 서해(西海)의 용왕(龍王)이오. 늘 해질녘이 되면 어떤 늙은 여우가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의 모습이 되어 하늘로부터 내려오는데, 구름과 안개 사이에 해 ‧ 달 ‧ 별들을 벌여놓고는 나각(螺角)를 불고 북을 치며 음악을 연주하며 와서는 이 바위에 앉아 『옹종경(臃腫經)』을 읽어대니 내 머리가 매우 아프오. 듣건대 그대는 활을 잘 쏜다고 하니 나의 괴로움을 없애주기 바라오.’라고 하니 작제건이 허락하였다.
【민지(閔漬)의 『편년강목(編年綱目)』에서는 혹 말하기를, “작제건이 바위 근처에서 한 갈래 길을 보고 그 길을 따라 1리 남짓을 가니 또 한 개의 바위가 있는데 바위 위에 다시 한 채의 전각이 있었다. 문이 활짝 열렸고 안에 금자(金字)로 사경(寫經)하는 곳이 있어 나아가서 보니 붓으로 쓴 점획(點劃)이 아직도 촉촉하였다. 사방을 돌아보아도 사람이 없는지라 작제건이 그 자리에 앉아 붓을 잡고 불경을 베끼노라니 어떤 여인이 홀연히 와서 앞에 섰다. 작제건이 관음보살(觀音菩薩)의 현신이라 여기고 놀라 일어나 자리에서 내려와 바야흐로 절하려 하였으나 〈여인은〉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다시 자리에 앉아 불경을 오랫동안 베끼고 있으려니 그 여인이 다시 나타나 말하기를, ‘나는 용녀(龍女)로서 여러 해 동안 불경(佛經)을 베꼈으나 아직도 다 쓰지 못하였습니다. 다행히 그대는 글씨도 잘 쓰시고 또 활도 잘 쏘시니 그대가 머물면서 제 공덕(功德) 닦는 일을 도와주셨으면 하고 또 우리 집안의 어려움을 없애 주셨으면 합니다. 그 어려움은 7일을 기다리면 아시게 될 것입니다.’라 하였다.”라고 하였다.】
때가 되자 공중에서 풍악 소리가 들리더니 과연 서북쪽에서 오는 자가 있었다. 작제건이 진짜 부처가 아닌가 의심하여 감히 활을 쏘지 못하자 노인이 다시 와서 말하기를, ‘바로 그 늙은 여우이니 바라건대 다시는 의심하지 마시오.’라고 하였다. 작제건이 활을 잡고 화살을 잡아두었다가 맞추어 쏘니 활시위만 당기면 떨어지는데 과연 늙은 여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