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제건이 약속을 어기자 용왕의 딸이 사라져버리다
용녀(龍女)는 일찍이 송악(松嶽)의 새 집 침실의 창 밖에 우물을 파고 우물 속으로부터 서해(西海)의 용궁(龍宮)을 오갔는데 바로 광명사(廣明寺)의 동상방(東上房) 북쪽 우물이다. 늘 〈용녀는〉 작제건(作帝建)과 더불어 다짐하기를, ‘제가 용궁으로 돌아갈 때 삼가 엿보지 마십시오. 어긴다면 다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다. 하루는 작제건이 몰래 엿보았더니 용녀는 어린 딸과 더불어 우물에 들어가 함께 황룡(黃龍)으로 변해 오색구름을 일으켰다. 〈작제건이〉 기이하게 여겼으나 감히 말하지 못하였는데, 용녀가 돌아와 화를 내며 말하기를, ‘부부의 도리는 신의를 지킴을 귀하게 여기는데 이제 이미 다짐을 저버렸으니 저는 여기에 살 수 없습니다.’라고 하고 드디어 어린 딸과 더불어 다시 용으로 변해 우물에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작제건은 만년에 속리산(俗離山)의 장갑사(長岬寺)에 살며 늘 불교 경전을 읽다가 죽었다. 후에 추존하여 의조 경강대왕(懿祖 景康大王)이라 하고 용녀를 원창왕후(元昌王后)라 하였다.